질문과 답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 가운데 지나친 고학력 양상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사회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지나친 고학력 양상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개인에게 나아가서는 국가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나친 고학력 양상으로 인한 문제들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기에 당장의 개선책이 시급한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지나친 고학력 양상이 우리 사회에 야기한 다양한 문제들과 아울러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우선 지나친 고학력 양상이라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 원인에 대해 파악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 원인으로는 경제성장의 가속화와 동시에 교육에 대한 관심의 증대를 꼽을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경제 성장을 이루기 전 기성세대들은 대학까지 갈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았으며 대개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취업이 잘되는 상황이었다. 그 당시는 고등학교만 나와도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었고 대학교 졸업장이 있으면 어떤 직장이든 골라서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대졸자가 흔치 않았기에 사회에서 가치를 널리 인정받았던 것이다. 이후 우리 사회가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삶에 여유가 오자 사람들은 더 이상 먹고사는 현실적인 문제가 아닌 자녀의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들은 학력이 높을수록 보다 괜찮은 직장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내 자녀가 나보다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녀의 고학력 취득에 대한 열망을 가진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현재까지 이어져왔고 지나친 고학력 양상을 야기하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대졸자 비율이 가장 높고, 이는 더 이상 대졸자가 우리 사회에서 특별한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또 다른 원인은 우리 사회의 일자리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매년 구직자들의 수는 넘쳐나는데 비해 그들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지나치게 한정되어 있다. 즉 공급에 비해 수요가 적어 한정된 일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사람들은 실업자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는 것이다. 다수의 구직자들은 실업자의 신분에서 탈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학력을 높이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다. 남들보다 조금 더 학력이 좋으면 내가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서 시작한 행동을 너도나도 함으로써 지나친 고학력 양상을 야기한 것이다. 이상의 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인해 지나친 고학력 양상이 심각한 사회의 문제로 대두되었으며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나친 고학력 양상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중 핵심은 대졸 이상 고학력자들의 취업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적어도 대학을 나와야 괜찮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실제 대졸 이상 고학력자들의 취업현황과 비교해봤을 때 이러한 인식은 상당히 모순적이라고 볼 수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서 실시한 건설근로자 종합실태조사에 의하면 퇴직공제에 가입된 건설근로자 3772명 중 대졸이상의 건설근로자는 23.0%에 달했다고 한다. 즉 한정된 일자리에 비해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들이 사회에 넘쳐나다 보니 그들 중 적절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일용직 건설현장까지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고학력자들이 학사를 넘어서 석사,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궁극적인 이유는 더 나은 대우의 직업을 구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고학력 인력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그들은 일자리 하향지원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고학력자의 일자리 하향지원은 대졸자가 건설 일용직과 같은 고졸자 일자리로, 고졸자가 그 이하의 일자리로 내려가는 연쇄작용을 일으킴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취업난을 가중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나친 고학력 양상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교육정도별로 중졸이하, 고졸, 대졸이상 등 세 단계로 구분해 ‘노동시장 미스매치’(구직자가 취업하고 싶은 회사와 회사가 원하는 인력이 서로 다른 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학력별 미스매치는 대졸자 이상에서 가장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고학력자의 미스매치로 인해 생산 활동에 동원되지 않은 유휴노동력이 증가하게 되었고 이는 노동시장의 효율성 및 생산성을 하락시켜 국가의 경제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경제 성장률의 하락은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며 이에 대한 개선책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나친 고학력 양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구직자와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구직자는 눈을 낮추고 일자리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고학력자들의 경우 대개 학업에 쏟은 시간에 비례하는 일자리를 구하고자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고학력자들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한정되어있다. 그러므로 고학력의 구직자들은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눈을 낮춰 다양한 일자리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반드시 자신이 처음에 생각했던 직업만이 좋은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일하기에 괜찮은 직업들이 많다고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 이러한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된다면 구직자들은 고학력에 목매지 않고도 괜찮은 직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서서히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구직자의 인식변화는 문제 해결의 첫 걸음으로 볼 수 있다.
지나친 고학력 양상의 주요 원인인 일자리 부족문제는 정부 측에서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우선 정부는 기업의 고졸 채용을 독려하여 청년들의 구직 기회를 확장시켜야 한다. 구직자들은 그들에게 주어지는 일자리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학력을 높여 일자리를 차지하려했다. 그런데 고졸자에게도 적절한 일자리가 제공이 된다면 구직자들의 고학력 양상은 지금에 비해 확실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밀려드는 고학력자들로 인해 구직 기회조차 없었던 고졸자들이 구직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전반적인 청년층의 취업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고졸 채용문제는 예전부터 이슈화 되었던 부분이고 하나 둘 씩 실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보다 광범위하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금보다 더 힘을 써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중소기업의 규모를 키움으로써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대부분의 구직자들은 중소기업에 비해 채용의 기회가 많은 대기업을 선호한다. 그러나 정부에서 중소기업의 규모를 키워 괜찮은 일자리를 확장시킨다면 한정된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학력전쟁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지나친 고학력양상은 고학력자들뿐만 아니라 청년 구직자들의 취업난을 가중시키고, 국가의 경제 성장률을 저하시키는 등 우리 사회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기에 고학력 양상의 불씨를 잠재울 수 있는 해결책이 시급하다. 구직자들은 눈을 낮춰 일자리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정부는 고용조건의 개선과 중소기업의 규모 확장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함으로써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비록 위의 방안들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구직자와 정부가 각자의 위치에서 꾸준히 노력을 한다면 분명 변화는 있을 것이다. 즉 지나친 고학력 양상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구직자와 정부가 각자의 위치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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